신대원 합격의 은혜
대학교 4학년이 되자 신대원 시험을 준비해야 할 때가 다가왔다. 당시 나는 성령운동에 푹 빠져 있었고, 그 분야를 깊이 파고들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짧은 지식으로 판단해보건대, 장신신학대학원이 성령운동에 좀 더 열려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장신대를 목표로 삼고 있었다. 그때만 해도 장신대와 총신대의 차이를 제대로 몰랐다. 그냥 장신대가 성령님의 사역을 더 자유롭게 인정하는 분위기일 거라 짐작했을 뿐이다.
그런데 부모님이 섬기시는 교회는 총신대 계열이었고, 담임목사님께서 “총신대로 가야 내가 너를 더 잘 도울 수 있다”며 강하게 권면하셨다. 나는 깊이 고민하지 않고, 지도해 주시는 대로 총신대를 선택했다. 그렇게 방향을 정했으니 시험 준비를 해야 했다. 하지만 내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4학년 2학기를 앞두고 여름방학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시험에 붙을 만큼 공부할 시간이 도저히 없었다. 2학기 수업도 들어야 하고, 선교단체 활동도 계속해야 했으며, 교회 봉사와 사역도 빠듯했다. 이미 정신없는 일정에 신대원 시험 준비까지 얹는 건 무리였다. 그래서 이번 시험은 경험 삼아 도전해보고, 내년에 제대로 공부해서 입학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내 생각과 달랐다. 그분은 그해에 나를 신대원에 합격시키기로 작정하신 듯했다.
기도 중에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말씀이 있었다.
“열심히 해라, 붙여줄게.”
너무 간단해서 기도하다 감았던 눈이 번쩍 뜨일 정도였다. 이게 뭐지? 하나님의 음성인가?
기도할 때마다 이 말씀이 반복해서 들렸다. 하지만 나는 2달 동안 그 말씀에 순종하지 못했다. 4개월 남은 기간에 총신대 신대원 시험에 붙을 자신이 도저히 없었다.
그러던 중 주일 예배를 드리는데, 섬광처럼 로마서 말씀이 스쳐 지나갔다.
‘이신칭의. 믿음을 의로 여기신다.’
그 순간 깨달음이 왔다.
‘아! 내가 그만한 실력은 안 되지만, “열심히 해라, 붙여줄게”라는 말씀을 믿는 그 믿음을 하나님께서 의로 여기시는구나. 그러니 나는 그냥 열심히 하면 되는구나!’
이 원리가 마음에 확 와닿았다.
그때가 시험 2달 전이었다. 다행히 수업을 월, 수, 금으로 몰아놓은 상태였다. 화, 목은 시간이 비어 있었고, 그 시간을 신대원 입시 공부에 쏟기로 했다. 서울에 신대원 입시를 위한 모임이 있었는데, 학원이라기보다는 입시 준비생들의 스터디 그룹 같은 곳이었다. 그곳에서 공부 방법을 배우긴 했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그렇게 2달을 죽기 살기로 공부하고, 시험을 치르러 총신대 신학대학원으로 갔다. 지금도 생생히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 시험 전날 밤, 침대에 앉아 기도하는데, 마치 환상처럼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여기, 총신대 신대원에 와 있다니…’
그 사실이 신기하고 놀라웠다. 묘하고 신비로운 감정에 사로잡혀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나님께서 나를 당신의 종으로 부프셨구나. 그리고 이곳에서 훈련시키시려는구나.’
고작 2개월 공부했지만, 주님의 말씀대로 열심히 했다. ‘열심히’라는 단어에 한 치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했다. 시험은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하나님의 영이 내 마음을 완전히 덮으셨고, 합격에 대한 믿음은 시험 전에 이미 자리 잡고 있었다. 함께 시험을 치르는 이들이 “잘 보라”며 격려하면, 나는 “이미 붙었다”고 대답했다. 긴장하는 그들과 달리 나는 확신에 차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지금 떠올려도 웃음이 난다. ‘저놈 미쳤나? 재수없네’ 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주님은 그 말씀에 대한 믿음을 그대로 이루어주셨다.
“열심히 해라, 붙여줄게.”
그 약속을 믿은 믿음을 의로 여기셨고, 나는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