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기도 개척 못지않게 많은 일이 있었다.
이사라는 게 단순히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하나님이 어떤 새로운 일을 시작하실 때 자주 사용하시는 수단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성령의 인도는 이사와 연관이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데이빗 스톤을 함께하면서, 가장 가까이서 본 가정 중 하나인 홍동완 집사님 가정(이경미 집사님 가정)에도 본격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물론 다른 가정들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아무래도 내가 가까이서 본 이 가정의 이야기가 자주 떠오른다.
홍집사님 가정의 결정과 변화
어느 날, 목사님이 오산에 있는 홍 집사님 댁을 심방하시고 나서
“병점 쪽으로 평수를 넓혀서 이사하시면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다.
그땐 주공아파트에 살고 계셨기 때문에 월세부담이 별로 크진 않았는데, 병점 쪽으로 이사하면 월세 부담이 꽤 커지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분은 기도 끝에 그렇게 하기로 결정하셨고,
하나님은 정말 그 선택을 넉넉히 감당할 수 있게 은혜를 주셨다.
그리고 특히 홍 집사님 개인적으로도 눈에 띄는 변화가 시작되었다.
홍 집사님은 원래 성품이 온유하고 따뜻한 분이시다.
하지만 경미 집사님 입장에선 ‘영적인 열심’이 약간 부족해 보인다고 느꼈던 것 같다.
좀 더 믿음으로 치고 나가면 좋겠는데, 그냥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며 더 구하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워하시곤 했다.
예배 후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든 목사님께 안수받으려는 열심이 있었는데,
홍 집사님은 그런 모습은 딱히 없었다.
하지만 목사님이나 나나,
홍 집사님의 성품에서 오는 깊은 신뢰감이 있었다. ‘하나님이 반드시 복을 주시겠구나’ 하는 생각이 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예배가 끝난 후 홍 집사님이 늦게까지 남아 기도하시며
“자기도 아브라함의 유업을 받고 싶다”고 고백하셨다.
그리고 목사님께 안수를 받으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이제 이 가정에도 이 복이 풀어지겠구나'라는 감동이 강하게 왔다.
유나와 우리 집, 그리고 주님의 음성
데이빗 스톤을 시작하면서 유나가 우리집에 오기 시작했다.
유나 엄마인 유경진 집사님은 그 당시 가정 형편상 일을 많이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나는 경진 집사님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 집에도 아이들이 많았기때문에 유나 하나 더 오는 건 큰 부담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유나도 아직 7살이라 누군가의 돌봄이 꼭 필요했고.
그래서 데이빗 스톤 시간이 끝나고 나면,
유나는 엄마가 일 마칠 때까지 우리 집에서 지내다가,
저녁까지 같이 먹고 집에 가는 일이 많았다.
그런데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면서
나는 당연히 유나가 이제 우리 집에 안 올 거라고 생각했었다. 집도 거리가 있으니까.
하지만 경진 집사님은 유나를 계속 맡길 생각을 하셨다. 딱히 다른 방법도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었고, 내가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그랬던 거도같다. 그걸 알고 나서 약간 당황스러웠다.
유나의 상황도 이해됐지만, 그 시기에는 나도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이 지쳐 있었기 때문에 유나를 계속 보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도해보자”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그날은 수요예배였다.
그런데 이 문제를 놓고 기도하자마자 너무나 생생하게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유나를 내가 너에게 맡긴다.”
그 말씀을 듣는 순간,
‘아… 유나가 우리 집에 오는 건 주님의 뜻이구나’ 확신이 들었다.
나중에 경진 집사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시기는 집사님에게 정말 본격적인 연단의 시기였다고 하셨다.
재정적으로, 관계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던 시기였다고.
그래서 그 시기에 내가 유나를 돌봐줬던 일이 집사님에게는 두고두고 감사한 일이 되었다고 하셨다.(물론 그 당시에 나는 그걸 알지 못했다.)
이해받지 못했던 순종
사실 교회 안에서는 말이 많았다.
“목사님 집에도 애가 많은데, 유나까지 맡기냐”며
이해하지 못하는 시선들이 있었고,
직접 나에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어른들 눈엔 이해가 되지 않는 선택이었겠지만,
이건 내가 정한 일이 아니라 주님이 나에게 맡기신 일이었다.
그리고 주님은 유나에 대한 감동뿐아니라 경진집사님에 대해서도 꿈으로 보여주신 것이 있었다.
경진 집사님이 훌륭한 일꾼으로 세워져서 쓰임받는 모습을
하나님은 그렇게 감동으로, 꿈으로 나를 인도해주셨다.
은진이를 하나님께 맡기며
4학년때부터는 은진이를 홈스쿨 하기로 결정하고, 혼자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그때 신기한 경험을 했다.
마치 내가 성경속의 한나가 된 거 같았다. 한나가 사무엘을 어릴 때 키우고 성전에 보냈던 것처럼 내가 그렇게 은진이를 하나님께 다시 드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하나님은 이에 대해서 내가 마치 약속을 잘 지킨 것처럼 말씀하시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