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부대교회
김지혜 사모 간증 연재중

갑작스런 명령 - 영어공부를 해라

2026년 7월 5일 · 김지혜


세종에서의 두 번째 생활은 대체로 평온했다. 아무래도 임신 중인 데다가 홈스쿨을 하다 보니 매일의 루틴은 거의 일정하게 흘러갔다.

오전에 일어나서 기도를 하고, 9시 정도부터는 본격적으로 홈스쿨을 시작했다. 주로 내가 맡은 수업은 오전 '토라포션' 시간이었다. 창세기부터 신명기까지 성경을 한 장씩 쭉 같이 읽어가면서 내용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나는 아이들이 성경의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보길 원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도 그대로 진행하며 설명을 덧붙여주었다. 희원이까지는 그래도 이래저래 잘 따라왔지만, 가희는 사실상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그래서 가희는 그 시간에 선교원에 갔다.

이후 시간에는 주로 민지가 미국 홈스쿨 교재를 가지고 아이들 공부를 진행했다. 대략 오전 공부 시간이 끝나고 점심을 먹은 후부터는 아이들을 피아노 학원이나 미싱 수업에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가 지금보다 재정이 더 없었을 때인데, 대체 어떻게 보냈나 싶어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학원을 다녀온 아이들은 집 앞 놀이터에서 저녁 먹기 전까지 신나게 놀았다. 당시 세종에는 밖에서 노는 아이들이 꽤 많아서,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동네 친구들이 참 많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평범하고도 평온한 날들을 보내는 와중이었다.

갑자기 하나님께서 기도 중에 마음의 감동을 주셨다. 영어 공부를 하라는 감동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너무 뜬금없게 느껴졌다. '임신 중인데 갑자기 영어 공부라니?'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내가 아닌 민지를 통해서도 똑같은 감동을 전해주셨다. 민지는 내게 구체적으로 영어 공부를 하라고 권하며, 자신이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 방법을 제안했는데, 하나는 마가복음을 영어 성경으로 암송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영어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아, 하기는 해야 하는데…….'

마음이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당장 눈앞의 집안일도 산더미였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나는 다섯째를 임신하면서 사실상 나 자신에 대한 마음을 많이 내려놓은, 아니 포기했던 터였다. 그러다 보니 영어 공부를 해야 할 의욕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내 나이 마흔에 이제 아이를 또 낳아서 키워야 하는데, 내가 지금 뭘 더 할 수 있겠나…….'

당시 내 안에는 이런 잠정적인 결론이 내려져 있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어느 정도 아이들을 키워놓고 나면 사역을 하든지, 일을 하든지, 아니면 다시 학교에 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다섯이 되고 보니, '그저 우리 아이들이나 낙오 없이 잘 키워내자, 그것만 완수해도 내 인생은 충분하다'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가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에 꿈을 하나 꾸었다. 기도 속에서 초자연적인 은사를 받아서라도 영어를 반드시 뚫어내야 한다는, 그런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 꿈이었다.

'아, 이것이 정말 주의 뜻이 맞구나.'

무슨 뜻인지는 정확히 몰라도, 하나님께서 이토록 거듭 말씀하시니 일단 순종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영어 말씀 암송을 시작했다.

영어로 성경을 암송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돌아서면 자꾸만 까먹기 일쑤여서, 쓰고 또 쓰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해야 했다. 아주 치열하게 매달리지는 못했어도, 잠시 틈이 나는 대로 외우려고 나름의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렇게 한 두세 달 정도 붙들며 마가복음 3장까지 외웠을까. 임신 7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배가 눈에 띄게 불러왔고, 몸도 급격히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결국 잠정적으로 암송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아기를 건강하게 낳고 나서 다시 시작하자고 스스로와 타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임신 중에 했던 이 영어 공부가 나중에 내 삶에 무슨 도움이 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불과 몇 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왜 하나님께서 그 힘든 시기에 나에게 이 일을 시키셨는지 그 이유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