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부대교회
김지혜 사모 간증 연재중

사모가 된다는 것/한국 교육 현실과의 대면

2025년 4월 1일 · 김지혜


 신혼여행을 마치고 W교회로 처음 발걸음을 내디뎠을 때, 나는 낯선 감정에 휩싸였다. 불과 어제까지는 교회 청년이었는데, 이제는 "사모님"이라 불리게 되었다. 익숙한 모교회를 떠나는 것도 아쉬웠고, 예배 때 정장과 구두를 갖춰 입어야 한다는 부담도 너무 싫었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한국 교회에서 기대하는 ‘사모’의 모습 속에 갇혀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컸다.

 

 

 다행히 W교회는 그러한 부담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담임목사님과 사모님은 오랜 제자훈련을 통해 다듬어진 인격적인 분들이었고, 나에게도 자유롭게 사역할 기회를 주셨다. 특히 담임목사님은 사모도 교회 사역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셨고, 나는 자연스럽게 중등부에서 교사로 섬길 수 있었다. 덕분에 남편의 사역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함께 은혜를 경험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나를 경계했다. 자신들이 사랑하는 전도사님을 빼앗겼다는 질투심 때문인지, 시샘 어린 말투와 행동을 보이곤 했다. 하지만 몇 번 집에 초대해 밥을 나누고, 진심으로 다가가자 아이들은 금세 마음을 열었다. 나는 어른들보다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고, 그들과의 교제를 통해 내가 아이들에게 말씀을 가르치는 은사를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은 나를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무서워하기도 했다. 웬만하면 다 받아주는 전도사님과 달리, 나는 아니다 싶으면 단호하게 말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계가 쌓이면 아이들은 책망을 듣는다고 삐치지 않았다. 오히려 잘못을 인정하고 돌이키는 속도가 어른들보다 빨랐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다음 세대를 신앙 안에서 잘 양육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깊이 깨닫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처한 현실이 안타까웠다. 왕따가 일상이 되고, 친구들끼리 돌아가며 따돌리는 모습이 보편화된 학교 생활을 보며, ‘내가 아이를 낳는다면 꼭 학교를 보내야 하나?’라는 고민이 들 정도였다. 내가 학창 시절을 보낸 지 불과 10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세상은 너무나도 변해 있었다.

 

한국 교육의 현실을 마주하다

 남편의 사례비만으로 생활하는 것이 빠듯할 때, 같은 부교역자 사모님의 소개로 그룹 과외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맡은 아이들은 초등학교 5학년 남자아이 네 명이었다. 그중 한 아이는 교회에서 잘살기로 소문난 집사님의 자녀였는데, 공부 머리가 뛰어난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의 스케줄은 빼곡하게 짜여 있었고, 시험 기간이 되면 엄마가 붙어서 자정까지 공부를 시켰다. 성적은 좋았지만, 공부에 대한 흥미는 점점 떨어지는 게 눈에 보였다. 결국 그 아이는 학업을 포기하고 운동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들었다.

 

 또 한 명의 학생은 교회의 중보기도팀에서 헌신하는 집사님의 아들이었다. 그는 말이 없고 조용한 아이였지만, 기초가 부족한 상태에서 학습을 이어가느라 한계에 부딪혀 있었다. 개념을 정리하며 기초를 다지는 데 집중하자 성적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어머니는 계속 과외를 요청했지만, 교회 사역이 많아지면서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그만두게 되었다.

 

 과외를 하며 나는 한국 교육 현실의 단면을 보았다. 부모들은 성적에 집착했지만, 정작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흥미를 잃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며, 교육이 단순한 성적 경쟁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길잡이가 되어야 함을 절감했다.

 

아이들의 변화와 부모의 한계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 아이가 떠오른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아이는 예배에 관심도 없고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는 학생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남편에게 아이를 맡겨 양육해달라고 부탁했다. 남편은 열심히 양육했고, 감사하게도 아이는 예배 중 큰 은혜를 받으며 변화되기 시작했다. 예배를 잘 드리고 공부에도 흥미를 보이며 성적이 올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어머니는 다시 남편을 찾아왔다. 이번에는 아이를 양육에서 빼달라는 요청이었다. 학원에 보내야 한다는 이유였다. 남편은 어이가 없었다. 하나님의 은혜로 변화된 아이를, 이제 자기 목적을 달성했으니 다시 학업으로 돌리겠다는 것이었다. 그 어머니는 오히려 아이가 예배에 너무 빠져 있는 것을 걱정하는 눈치였다.

 결국 아이는 교회 양육에서 빠지게 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아가 되었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교에서 소문난 문제아가 되었고, 결국 교회도 나오지 않게 되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때 받았던 은혜를 기억하고 다시 주님께 돌아왔기를 바라본다.

 

 이 경험들을 통해 나는 부모가 아이들의 신앙과 삶을 어떻게 가로막을 수 있는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교회를 다니는 부모라고 해서 모두 신앙적인 가치관을 가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성적과 사회적 성공을 우선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중등부 사역과 과외를 통해 나는 아이들의 현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 경험은 나중에 홈스쿨을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 중 하나가  되었다. 세상의 기준과 신앙의 가치가 충돌하는 현장에서, 나는 다음 세대를 어떻게 양육해야 할지 깊이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