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몰랐다. 그 시기가 나에게 광야의 시작이었다는 것을.
어찌어찌 이사를 하고, 새로운 환경에 나름대로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기에, 오히려 더 간절히 기도했다.
상황은 어려웠지만, 기도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평안이 있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나는 참 많이 막막했던 것 같다.
매달 들어오는 수입도 없고, 가진 돈은 한정되어 있었고,
생활비는 계속 들어가고, 입덧으로 몸도 힘들었다.
몸이 힘드니 마음도 지쳤고, 그래서 매일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우리 가정만 홀로 있던 건 아니었다.
마침 목포에서 함께 올라온 두 명의 여자 청년이 있었다.
이들은 서울의 대학원에 진학할 생각으로 수원대 근처 원룸에서 지내고 있었다. 서울로 집을 구하려고도 했지만 워낙 집값이 비싸기도 하고, 목사님 근처에서 영적인 교제를 이어나가고 싶다는 마음에서 우리 집 근처로 원룸을 구했다.
워낙 친하게 교제하던 사이였기 때문에 함께 자주 예배드렸다.
또한, 우리에게 유학 감동을 전해주셨던 M전도사님과 집사님들도 가까이에 계셨다.
이분들은 선교회를 조직하시고 자주 기도 모임을 하셨고, 우리를 자주 섬겨주셨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교제를 이어갔다.
그렇게 남편은 일주일에 한 번 선교회 예배를 섬기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W교회 목사님께 연락이 왔다.
"이사왔다며? 금요일 청년부 헌신예배 인도 좀 해줘."
(W교회에 대한 애정도 있었고, 목포에 올라오기 일주일 전에 S교회에 오신 W교회 목사님, 사모님과 교제하면서 이사온다고 이야기도 이미 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우리와 W교회 목사님과 오해할 만한 불편한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흔쾌히 수락하고, 남편은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르는 삶'이라는 주제로 설교를 준비했다.
설교를 준비하면서 남편은, 전국 기도순례 중 겪은 한 가지 신기한 경험을 예로 들었었다. 나는 그 이야기가 W교회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을까 걱정되어 그 부분을 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편도 동의했지만, 기도 중에 성령께서 그 내용을 빼지 말라고 하셔서 준비한 대로 전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하나님께 맡기고 예배에 참여했다.
그런데 웬걸?
금요 철야예배에 엄청난 인파가 모여 있었다.
알고 보니, 과거에 은혜를 많이 끼쳤던 강도사님이 오신다는 소문에
성도들이 서로 연락을 돌려가며 모였던 것이었다.
예배는 은혜롭게 마무리되었고, 우리는 감사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며칠 후, M전도사님을 통해 믿기 힘든 이야기를 들었다.
W교회 목사님께서 주일예배 때 남편을 ‘이단성이 있다’, ‘신비주의’라며 비난했고,
심지어 M전도사님과 함께 선교회 활동을 하던 집사님들에게는 개인적으로 일대일로 면담하며 우리와의 관계를 끊으라고 이야기 하셨다는 것이었다.
믿기지 않았다.
그 인격적이라 생각했던 목사님이 맞는가?
3년이나 그곳에서 사역을 해서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잘 아실텐데,
설사 우리가 잘못을 한게 있다고 여겨지거나 뒤에서 성도들을 빼갈까 걱정이 되신다면
우리를 불러다놓고 혼을 내거나 뭐라고 하셔도 될텐데 왜 이렇게 하지?
또한 여전히 그 교회에 다니고 있던 M씨가 걱정되었다. M씨가 이런 모습을 보고 시험에 들면 어떻게 하지?
우리가 대체 뭘 잘못한 걸까? 초청받아 설교했을 뿐인데...
(그때는 미처 몰랐다.W교회 목사님이 M전도사님을 얼마나 경계하고 있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