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부대교회
김지혜 사모 간증 연재중

그랜저 , 하나님의 치유의 선물

2025년 5월 13일 · 김지혜


그랜저, 하나님의 치유의 선물

세종으로 내려가기 몇 년 전, 남편의 사례비는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오르긴 했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전부터 재정이 넉넉해졌어야 마땅했다. 교회 재정이 부족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사례비 인상을 제안하는 이가 없었고, 성도들 대부분은 우리의 생활 형편을 잘 몰랐다.

당시 교회는 사례비를 적게 주되, 자녀 교육비, 월세, 전기세, 심지어 아이들 학원비까지 필요 경비를 청구하면 지원해주는 구조였다. 필요하면 카드를 만들어 더 써도 된다고 했지만, 우리 부부는 이런 방식이 불편했다. 차라리 재정을 넉넉히 받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매달 유치원비를 위해 재정 담당 집사님께 이야기하는 건, 친한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얻어내는 듯한 불편한 기분을 주었다.

진작 남편이 이런 문제들을 교회에 솔직히 이야기했어야 했지만, 우리 둘 다 교회가 알아서 해결해주길 바랐다. 나는 교회 재정이 부족해서 그런 줄 알았던 터였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답답한 상황을 그냥 두지 않으셨다. 동탄 주공 아파트에 살던 어느 날, 하나님은 남편에게 사례비로 받아야 할 정확한 액수를 꿈으로 보여주셨다. 남편은 곧장 장로님을 찾아가 꿈과 재정 문제를 나누었고, 감사하게도 교회는 이를 받아들여 사례비를 조정해주었다. 그 후 생활은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 무렵, 남편은 한 청년 형제를 양육하기 시작했다. 그 형제는 우리 교회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주일 설교를 진지하게 듣고 은혜를 받는 모습이 역력했다. 어느 날, 남편이 가정 재정을 놓고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서 주보에 ‘성경 과외’ 모집 광고를 내라고 말씀하셨다. 남편은 “목사가 무슨 성경 과외를 하느냐, 누가 돈을 내고 성경을 배우겠느냐”며 의아해했지만, 기도할수록 강한 감동에 순종해 광고를 냈다.

“성경 과외를 모집합니다. 유료입니다.”

남편은 성도들 중 신청자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이미 자주 성경공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형제가 찾아와 성경 과외를 신청했다. 남편이 “그냥 가르쳐줄게”라고 웃으며 말하자, 형제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영어나 다른 걸 배우는 데는 돈을 내는데, 더 귀한 하나님의 말씀을 왜 공짜로 배우겠습니까? 그리고 돈을 내고 배우면 목사님도 더 열심히 가르쳐주실 것 같아요.”

그의 마음은 참 귀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남편은 세종으로 내려간 후에도 약 3년간 그 형제와 성경 과외를 이어갔다. 이 과정을 통해 형제의 삶에 하나님의 은혜가 풀리기 시작했다.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고, 우리 교회의 신실한 자매와의 결혼이 이루어졌으며, 직장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다.

우리 가정 역시 형제를 통해 큰 은혜와 치유를 받았다. 형제는 과외비뿐 아니라 가정의 필요를 세심히 챙겨 섬겨주었다. 그는 우리뿐 아니라 다른 청년들도 뒤에서 묵묵히 돌보는 귀한 사람이었다. 당시 나는 감사 표현에 서툴러 제대로 마음을 전하지 못했지만, 최근에서야 그때의 고마움을 진심으로 전할 수 있었다. 형제는 우리의 재정적 필요를 돌아볼 뿐 아니라, 내가 해외에 갈 수 있도록 몇 번이나 여행비를 지원해주기도 했다.

그런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은혜는 따로 있다. 세종에서 남편이 교회 스타렉스를 타고 다니는 모습이 형제에겐 피곤하고 위험해 보였던 모양이다. 형제는 원래 자신을 위해 옵션이 풍부한 그랜저를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차를 사는 과정에서 하나님께서 그 차를 목사님께 선물로 드리라는 감동을 주셨다. 그 감동에 순종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형제는 순종하며 우리에게 그랜저를 선물해주었다.

이 선물은 단순한 차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우리가 계룡으로 내려가며 집 보증금을 헌금하고 아이를 낳았을 때, 남편은 하나님께 “너는 실상 부요한 자다”라고 하신 말씀을 들었다. 하지만 그 직후 들어온 "가난한 목사라는 말은 나를 두고 한 말이구나"라는 생각이 남편의 마음에 들어왔다. 그리고 남편은 하나님의 말씀을 믿기 보다 후에 들어온 생각을 믿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남편에게 가난의 정서를 심었다. 그랜저는 바로 그 가난의 마음을 쫓아내는 하나님의 치유의 도구가 되었다.

 

우리는 우리 인생에서 그랜저를 탈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40세도 안 된 나이에 그랜저를 선물받다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와 감동이 밀려왔다. 하나님은 우리의 생각을 넘어서는 정말 풍성하신 분이시구나라는 믿음이 그랜저를 통해 우리에게 들어왔다. 그리고 실제로 그 믿음이 들어온 후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해지기 시작했다.